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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북미 원전시장 개척 팔 걷어

한국수력원자력이 북미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한수원은 지난 8일부터 캐나다 토론토와 캘거리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해 국내 원전 중소기업의 수출 판로 개척에 나섰다고 12일 밝혔다. 북미 지역 시장개척단 파견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방문은 한수원의 새로운 해외판로 지원 사업인 ‘신밧드(SINBAD)’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는 기존 중동 중심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선진 원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시장개척단에는 한국 원전 수출협회와 함께 SMR(소형모듈원자로), 원전 해체 등에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 19곳이 참여했다. 지난 8일에는 온타리오주 정부주관으로 ‘한-캐 원자력 산업 협력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캐나다 민간 최대 원전 기업인 브루스파워(Bruce Power), 원전 기술회사 캔두에너지(Candu Energy) 등 양국 40여 개 기업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국내 기업 일신이디아이, 율시스템, 파인씨앤아이는 자사 기술을 소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시장개척단은 온타리오주 정부소속 발전사인 온타리오 파워 제너레이션(OPG)도 방문해 구매 담당자와 비즈니스 미팅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10일부터 12일까지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북미 최대 에너지 전시회 ‘글로벌 에너지 쇼 2025’에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의 원전 중소기업 통합 관을 운영했다. 한수원은 이번 행사에서 국내 중소기업과 캐나다 주요 EPC(설계·조달·시공) 기업 간 비즈니스 미팅을 주선하며 실질적인 수출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12일에는 ‘수출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수출 경험이 풍부한 중소기업들의 사례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북미 원전 기자재 공급 전략과 시장 이해도를 높이며 중소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한수원은 올해 하반기에도 일본(9월), 프랑스(11월) 등지에서 시장개척단을 운영해 협력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정용석 한수원 기획본부장은 “한수원은 전 주기에 걸친 해외 동반 진출을 통해 협력 중소기업의 수출 자립 기반을 강화하고, 성장 단계별 밀착 지원으로 더 많은 수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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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가 소중한 이유

고요해 보이는 들녘에 어느 순간 물이 차는가 싶더니 노을 지며 어둠이 밀려들기 시작하자 와글와글 논 개구리 소리 요란하다. 모내기가 시작되었다는 신호탄이다. 논농사는 볍씨 싹을 틔우기 위해 모판 작업을 하는 4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모판 작업을 한 못자리를 논에서 한 달 정도 키운 것을 모(苗)라고 한다. 이를 밤 기온이 오르는 5월 말 즈음하여 논에 옮겨 심는 것이 모내기다. 소를 이용해 써레질한 논에 물이 가득 채워지면 논을 가로지른 기다란 줄이 놓이고 두 사람이 양쪽 끝에서 맞잡는다. 무르고 질퍽이는 논에서 뒤뚱거리던 사람들은 줄 따라 일렬로 서서, 모판에서 모를 쪄 한 움큼씩 묶어 던져 놓은 것을 들고 허리 숙여 줄 표시에 맞추어 열심히 심는다. 양끝 줄잡은 이가 서로에게 어~이! 하고 외치면 다 심었다는 뜻으로 같이 줄을 들어 적당한 간격으로 옮겨 꽂는다. 그렇게 모는 일렬로 반듯이 열을 지어 심겨진다. 모내기의 백미는 논둑에 둘러앉아 먹는 새참으로 그 국수와 막걸리 맛은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무거운 새참 이고 팔을 휘저으며 바삐 걷는 엄마 따라 고사리 같은 아이 손에도 막걸리 주전자가 쥐어지고 목줄 풀린 강아지도 덩달아 바쁘게 꼬리 흔들며 부산스레 널뛰는 일손 부족한 농번기에는 서로 품앗이로 온 동네가 들썩인다. 농사는 때를 놓치면 안 된다. 한창 모내기로 바쁠 시기임에도 보이는 들녘은 고요하다. 세상이 달라져 모판을 등에 업은 이앙기가 탈탈거리며 물 찬 논 위를 왔다 갔다 열심히 모를 옮겨 심는다. 써레질하는 소도, 새참 이고 오는 이도, 막걸리 주전자를 든 아이도 강아지도 보이지 않는다. 농부는 이앙기 잠시 세워두고 식당을 찾는다.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에만 농사일을 한다는 박상환(61·경주시 내남면 덕천리)씨 곁에서 딸이 일을 도운다. 기계가 일을 다 한다지만 사람 손길 필요한 잔일이 많다. 이앙기에 모판을 나르고 비워진 모판을 치워주는 일 등으로 바쁜 농번기에 인력 구하기가 힘들어 타지에서 직장 생활하는 자녀를 주말마다 불러 내린다는 그는 푹푹 빠지는 무른 논 위를 걸어 다니며 하는 평토작업이 가장 힘들단다. 또 다른 벼 재배방식으로 볍씨를 직접 파종하는 것인데 올해는 승용 직파기를 따로 준비해 처음으로 직파기에 볍씨와 비료를 나눠 싣고 물을 뺀 무른 논에 직접 파종도 했단다. 이앙기의 모내기와 직파기의 볍씨 파종. 두 재배방식의 수확 차이는 가을에 답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힘들지만 재밌기도 하다는 그의 주변으로 이앙기를 기다리는 찰랑찰랑 물 찬 논이 아직 많이 보인다. 쉴 틈이 없다. 한 나라의 자립은 농사에 달려있다. 모든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지금 곡물 자급률이 매우 낮다. IMF 당시, 식량 생산의 핵심인 종자회사들이 교묘히 외국자본으로 넘어갔다. 쌀 자급률이 그나마 높다지만 값싼 수입쌀로부터 농민을 보호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쌀은 삶이다. 같은 동남아에서 태국은 ‘자급자족 자립경제’ 정책으로 농업의 가치를 유지하며 쌀을 수출하는 반면 필리핀은 산업화와 관광업 정책으로 3모작 가능한 농토에 골프장과 공장들이 들어서며 쌀 수입국이 된다.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의 안위는 세계 곡물 가격을 쥐락펴락하는 자들에게 주어진다. 남실거리는 모들이 한여름 뙤약볕을 즐기며 포기 수를 늘려 갈 것이다. 너른 들녘을 보고 있자니 시끄러운 세상으로 편치 않은 마음에 고요히 평화로움이 인다. 개구리들은 논에 물이 차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리라.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보라색 가득한 여섯 자매의 여행 이야기

우리는 인연의 깊이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지극한 인연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깊은 인연의 끈이 있어야 형제자매의 연을 맺게 될까? 피를 나누고 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인연은 그 어떤 인연보다 크고 깊은 인연일 것이다. 우리 친정은 모두 칠 남매다. 아들 하나에 딸 여섯. 말 그대로 딸 부잣집이다. 얼마 전에 하나뿐인 오빠가 갑자기 암 수술을 했다. 예상치 못한 일에 모두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 중이다. 그래서 가족회의 끝에 언제나 기회가 있는 것이 아니니 갈 수 있을 때 여행을 가자고 의기투합하여 여섯 딸 모두 여행을 가기로 했다. 장소는 신안 퍼플섬으로 정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사느라 바빠 여섯 딸이 다 모여 여행을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다행히 여섯 중 넷은 인천에 모여서 살고 셋째는 백령도, 넷째인 나는 문경에 살기에 인천으로 모여서 출발했다. 퍼플섬 검색에서 보라색 옷이나 장신구 등을 하면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단체로 보라색 티셔츠도 준비했다. 먼 거리라 주변 팬션에서 1박을 하고 전날 폭우가 내려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날이 맑았다. 고대 로마에서는 보라색은 귀족과 왕족만이 누릴 수 있는 색이라고 했다. 아마도 보라색이 주는 화려함과 환상적인 느낌 때문이리라. 보라빛에 대한 기대감으로 퍼플섬을 향해 가는 우리의 마음은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설렜다. 어릴 때 동화를 읽으며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보랏빛 섬에 다다랐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듯 보라색 다리를 건너며 우리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보라색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보라색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흥겨움에 젖었다. 하나의 색을 정해 섬을 명소화 시키는 아이디어가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벤더 정원에 다다르자 세상이 온통 보랏빛으로 가득한 것 같았다. 보랏빛 라벤더의 행렬에 왜 옛날 사람들이 보라색을 귀하게 여겼는지 알 것 같았다. 색깔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았다. 풍성한 보랏빛에 물들어 세상의 걱정거리도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어떤 인연의 끈으로 여섯 자매로 세상에 오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여행을 통해 참 소중한 것이 핏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에서 만난 그 어떤 친밀한 관계라도 혈육의 정만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일 년에 한 번은 시간을 맞춰 여행을 다녀오자고 약속했다. 각자 흩어져 서로의 삶을 살기에 바쁜 요즘이지만 여행만큼 돈독해지는 기회도 없다. 모두 건강해서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음에도 감사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멋진 곳이 우리를 기다릴까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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