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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소리 가득한 집 ‘날마다 명절’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거실 한복판, 열 산 된 손자 김평섭(10) 군이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읽으며 외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했다. 케이크 위에는 작은 초들이 켜져 있었다. 정준(48) 씨의 남편 김태상(53)씨가 손수 준비한 케이크였다. 촛불을 붙이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생일 노래도 불렀다. 정준 씨는 손수 만든 잡채와 오징어볶음, 미역국까지 차려내며 식탁을 풍성하게 채웠다. 글 싣는 순서 ①우즈베키스탄 성아린 씨 “시끌벅적한 글로벌 우리 가족” ②중국 정준 씨, 날마다 ‘하하호호’·심심할 틈이 없는 3대가 함께 사는 가정 ③베트남 쩐티이엔피 씨, “내 삶의 이유는 우리 가족·베트남 돌아갈 이유 없어” ④중국 오리리 씨, “K문화 좋아서 한국 며느리 됐어요” ⑤우즈베키스탄 이유진 씨, “조금 달라보이나요? 달라서 더 소중한 우리 가족” 정준 씨의 집은 하루 종일 대화 나누는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부엌과 거실, 방 안 어디서든 사람 소리로 가득 찬 이 집은 늘 명절처럼 분주하다. 그는 “집에 사람이 많으니까 심심할 틈이 없다"며 “중국 사람들이 목소리가 좀 크기도 하다”며 밝게 웃었다. 중국 출신인 정준 씨는 올해로 한국 생활 13년 차다. 여행으로 처음 한국에 왔었지만,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면서 한국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6개월의 교제 끝에 결혼을 결정하고, 이후 남편은 정준 씨의 고향 중국까지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정준 씨는 “당시 남편이 우리 가족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했다. 부모님도 남편 인상이 좋다고 참 좋아하셨다”고 회상했다. 정준 씨 친정 어머니는 한국계 중국인이다.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하다보니 한국말을 못하는 정준 씨를 돕고 손주도 봐주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중국 국적을 유지한 채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남편 김태상 씨는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형제 없이 자란 외동이었다. 그래서인지 장인·장모와 함께 사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김 씨는 “다른 사람들은 장인·장모님을 모시는 게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나는 어릴 적부터 혼자 자라다 보니 어른과 같이 사는 게 정말 감사하다"며 "장인어른, 장모님이라기보다는 그냥 아버지, 어머니 같다”고 했다. 부부는 힘든 시절도 함께 이겨냈다. 정 씨는 “한국에 처음 와 공장에서 일했다. 그때는 한국어도 부족하고, 차별적인 눈빛도 느꼈다. 하지만 일이 익숙해지고 성실하게 하다 보니 그런 시선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남편 역시 “남의 나라 와서 말도 안 통하는데 혼자 얼마나 힘들었겠나 싶다”며 “경상도 사람이라 표현도 서툴러서 항상 미안하다”며 아내의 손을 잡았다. 정준 씨와 남편은 부부싸움을 해도 반드시 방 안에서 조용히 한다. 어른들 앞에서 절대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는 나름의 노력(?)이라고 한다. 다툼의 주제는 대개 아이 교육문제다. 정 씨는 “남편은 야단을 치는 스타일이고, 저는 좀 더 다정하게 말한다. 아이가 울면 마음이 약해진다”면서도 “그래도 아이 아빠의 교육 방식을 이해하고 조율한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어느덧 정준 씨 가족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 됐다. 정준 씨 이웃들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는 이들이 이사 오던 날 직접 휴지를 사서 방문했고, 이후로도 종종 아이에게 용돈을 주며 살뜰히 챙겨줬다. 정준 씨 가족도 명절마다 선물을 들고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다. 정준 씨는 “남편도, 부모님도, 아이도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준다"며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中企·소상공인 전방위 지원… 600억 투입

대구 달성군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자금난 해소는 물론 근로환경 개선과 일자리 연계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정책으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달성군이 마련한 경영안정자금은 총 600억 원 규모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이차보전 지원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에 자금을 융통하고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300억 원씩 운영되며, 기업당 최대 3억 원 대출에 대해 1년간 연 3% 이자를 군이 보전해준다. 현재까지 106개 기업이 신청해 299억 원의 상반기 자금이 조기 소진됐다. 하반기 접수는 오는 7월 7일부터 시작된다. 270억 원의 특례보증 지원도 적극 추진 중이다. 달성군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기술보증기금과 대구신용보증재단에 각각 10억 원씩을 출연했다. 이를 통해 총 270억 원 규모의 특례보증을 운용하고 있다. 대구 최초로 기술보증기금과의 협업으로 150억 원 규모의 특례보증이 진행되며, 보증 비율 상향과 보증료 인하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 기여하고 있다. 소상공인 대상 신용보증도 활발히 진행돼 특례보증 120억 원 중 현재까지 377건, 84억 원이 지원됐다. 당초 5월로 예정된 2차 보증은 4월로 앞당겨 신속한 자금 수혈에 나서며 소상공인의 경영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근로자 복지를 위한 기숙사 임차비 지원도 확대했다. 예산은 지난해보다 5천만 원 늘었고, 기회발전특구 입주기업에는 우대 혜택도 제공된다. 기업당 최대 5명(외국인 2명 포함), 1인당 월 30만 원까지 지원한다. 현재 27개 기업, 총 62명(외국인 35명 포함)의 근로자가 혜택을 받고 있다. 달성군은 또 기업과 일자리 정책을 통합 지원하는 ‘기업+일자리 지원센터’를 오는 7월 개소한다. 이 센터는 기업 애로사항 상담, 채용 연계, 정책 안내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인재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기업의 애로사항 해소와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기업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달성’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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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대가야 문화를 찾아서

경북 고령군에 있는 대가야 문화를 둘러보았다. 대가야는 42년부터 520년간 존속한 고대 국가다. 이곳에는 지산동 고분군과 궁성 터와 어정, 주산 산성, 가야시대 벽화고분, 토기 가마 등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문화를 만나 볼 수 있다. 고령읍 지산동에 있는 고분군은 당시 찬란했던 유물을 담아 놓은 타임캡슐과 같다. 많은 유물들이 도난을 당했지만 그나마 남은 유물들로 당시 문화를 짐작할 수가 있어 다행이다. 대가야박물관에 보관 전시중인 유물로는 토기와 낫, 괭이, 쇠스랑 등의 농기구가 있다. 토기가 발굴될 당시 닭, 민물고기 등의 뼈와 복숭아 씨앗 등도 나왔다고 한다. 당시 가야인 들은 물고기도 잡고 산짐승을 사냥하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박물관에서 눈길은 끄는 것은 고분에서 출토된 대가야 금관이다. 국보 제138호로 진품은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에 전시돼 있다. 현재 출토된 가야 금관은 2개이다. 그러나 창녕에서 출토된 것은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 일본인 오쿠라 타케노스케가 수집하여 일본으로 가져가 도쿄국립박물관 동양실에 전시돼 있다. 이 두 금관은 가야의 빼어난 공예 기술과 예술적 안목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금동관은 가야 여러 지역에서 출토되고, 대가야에서는 지산동 30호분과 32호분에서 각각 1개씩 출토됐다. 32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은 보물 제2013호다. 박물관 옆 언덕에는 지산동 제44호분을 발굴하고 실제 크기의 무덤 모형을 만든 왕릉전시관이 있다. 중앙에는 무덤의 주인공이 묻힌 으뜸 석곽이 있다. 길이는 9.4m, 너비 1.75m 정도다. 주위에는 규모가 작은 순장자의 석곽묘 32기가 사방으로 놓여있다. 순장자들은 주로 한 명이고 두 명 있는 석곽묘가 4기가 있어 40여 명이 순장됐을 것으로 보인다. 고령읍 고아리에는 사적 제165호로 지정된 벽화고분이 있다. 가야시대 유일한 벽화고분이다. 대가야 말기의 왕과 왕비의 무덤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도굴이 되어 유물은 없고, 천장돌에 분홍색, 백색, 녹색, 갈색 물감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연꽃이 그려져 있다.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에는 토기 가마 3기가 있다는 것이 최근 확인됐고, 가마 유적으로는 합가리 2곳, 쌍림면 송림리, 대가야읍 연조리, 대가야읍 외리 등 5곳이다. 고령군은 대가야의 찬란한 문화를 알리는 축제를 매년 3월에 연다. ‘캐리와 친구들 공연, 군민 가왕 선발 대회, 마상 무예 공연, 대가야 별빛 쇼’ 등이 선보인다. /김성문 시민기자

피란수도 부산 1023일을 찾아서

지난 일요일 대구문화관광해설사와 몇몇이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돌아보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부산 해설사 측의 배려로 지난해에 이어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과 피란의 흔적이 남은 공간들을 탐방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부산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은 A코스와 B코스 두 개였다. A코스는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비석문화마을)-경무대(임시수도 기념관)-임시중앙청(석당박물관)을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탐방하는 일정이고, B코스는 부산항 제1부두-40계단문화관-미국대사관·미국공보원(부산 근현대역사관 별관)-보수동 책방골목을 오전 10시부터 탐방하는 일정이었다. 110년 역사를 가진 부산항 제1부두의 의미를 듣고 폐창고를 둘러보고 바다를 메꾼 새마당 매축지 이야기를 거쳐 1953년 부산역 대화재 사건의 내막도 들었다. 당시 집을 잃은 3만여 명의 피난민에게 군법을 어기고 텐트와 천막을 지어준 리차드 위트컴 장군의 사연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특히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의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라며 학교·병원·이주 주택·고아원을 지어줬다는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열정적으로 우리를 안내한 김민정 해설사가 김동리의 소설 ‘밀다원시대’를 통해 들려준 전쟁의 참상과 피난민들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던 40계단 현장의 모습도 새로웠다. 김환기·이중섭·한묵·박고석·백영수·양달석 같은 화가의 부두 노동이나 먹고 살기 위한 깡깡이 아줌마 이야기 등은 어려운 시절을 견뎌낸 우리 부모 세대의 소중한 정보였다. 그리고 1929년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건립된 건물이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부산근대역사관 별관으로 보존 활용되며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도 인상적이었다. 오래전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떠올리기도 했다. 부산근대역사관에서 맛본 개항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풍성한 근·현대사 자료는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과 가장 가까운 역사였다. 함께 간 대구문화관광해설사들은 대구근대역사관과 비교하며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B코스의 마무리는 보수동 책방골목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전시에 구덕산과 보수동 일대 책방골목 주변은 크고 작은 80여 개의 학교가 난립해 있었다고 한다. 내일을 모르는 전쟁의 와중에서도 보수동 일대를 오가던 학생들은 향학의 의지를 불태웠고, 70여 개의 서점이 들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1970년대에는 금서나 비매품과 유인물이 거래되는 등 부산 민주화운동의 수원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원도심이 낙후되고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고 영상문화의 발전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도로변과 보수동 골목길로 이어진 대형서점을 상업용도로 바꾸고자 매입했다가 금전상의 이익을 포기하고 새로운 서점으로 탈바꿈시킨 ‘우리글방 북카페’ 주인의 결단과 의지도 놀라웠다. 덕분에 마음에 책갈피 하나를 꽂아두고 온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번 피란수도 부산 1023일의 기록여행은 지난해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5월 17~6월29까지 전국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계획한 특별한 여정이다. 우리의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는, 부산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하는 충분히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가비 무료’이니 www.visitbusan.net으로 접속해 신청하면 된다. /방종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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